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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도쿄 커피숍의 '로봇 페퍼'…주문받고 대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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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장 작성일16-01-06 11:51 조회6,2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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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모든 것을 대체하는 시대가 올까. 얼마전까지만해도 명확한 답변을 못 내린 이 질문에 이젠 “그럴 수 있다”는 쪽에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구적 인간의 마지막 발명품’이라 부르는 ‘인공지능(AI)’를 올해 ICT(정보통신기술)계 화두로 꼽는다. AI가 인간을 도울 것이라는 낙관과 인간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비관이 교차한다. 확실한 것은 AI와 이를 기반으로 한 ‘지능형 로봇’의 활약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기업들은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등으로 훈련시킨 AI로 시장 패권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이들은 이전보다 더 편리한 서비스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다른 한편에선 인간이 AI에 밀려 무능한 존재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피할 수 없는 AI 시대, 우리는 어떻게 맞이하게 될까.
[르포]도쿄 커피숍의 '로봇 페퍼'…주문받고 대화까지
네스카페 하라주쿠점 내부에 로봇 '페퍼'가 서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br>

도쿄의 패션 1번지로 꼽히는 하라주쿠, 이곳에 아주 특별한 커피전문점이 있다. 테이블마다 놓여진 태블릿PC로 간편하게 주문하고, 커피머신과 캡슐을 구매하고 싶으면 인공지능(AI) 로봇 ‘페퍼’에게 물어보면 된다. 일본에서 가장 먼저 서비스로봇을 도입한 커피전문매장 '네스카페 하라주쿠점'이다. 호서다 네스카페 홍보팀장은 "페퍼를 도입 후 매출이 10~20% 정도 올랐다"며 "무엇보다 경쟁사(스타벅스)보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르포]도쿄 커피숍의 '로봇 페퍼'…주문받고 대화까지
네스카페 하라주쿠점 내부에 서 있는 로봇 '페퍼'/사진=류준영 기자 <br>
페퍼는 일본 이동통신업체 소프트뱅크가 판매한 AI 로봇이다. 사람 말을 80% 가량 알아 듣는다. 사람의 감정을 읽어 적절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판매가는 우리나라 돈으로 약 177만원. 또 매달 14만원 가량 클라우드 연결 고급 대화 기능 서비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페퍼는 작년 6월 말부터 전용 사이트를 통해 일반 판매가 시작됐다. 일본에서 서비스 로봇에 대한 담론이 터져나오던 시기였다.

◇서비스 로봇은 아직=커피숍 내부 전체를 볼 수 있는 자리에 앉아 2시간 가량 페퍼를 사람들이 어떻게 쓰는지를 관찰했다.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어른들과 달리, 어린 아이들이 페퍼와 눈을 맞추거나 가슴에 장착된 태블릿에 메뉴 버튼을 눌러보는 등 호기심을 보였다.

호서다 팀장은 "방학기간을 맞아 어린이들을 위한 콘텐츠를 페퍼에 추가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네스카페는 20~30대 젊은 주부들이 자주 찾는 6개 매장을 중심으로 페퍼 도입을 늘릴 계획이다.

일본 현지에서 페퍼와 같은 서비스 로봇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곳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네스카페 외에 실생활 현장에서 로봇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도시바가 개발한 휴모노이드(인간형 로봇) '아이코 치히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아이코 치히라'를 도입했다던 미쓰코시백화점 니혼바시점 안내센터를 찾았지만 정작 로봇은 없었다.

니혼바시점 백화점 1층 점장은 "아이코 치히라는 어디까지나 이벤트용"이라고 말했다. 현 기술 수준에서 로봇 안내원을 채용해 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백화점 서비스의 격을 맞추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 대부분 서비스 로봇들이 짧게는 2~3일, 길게는 보름 정도 운영된 뒤 모두 철거됐다는 후문이다.

일본 현지를 둘러보니 그동안 TV 등 대중매체로 보고 듣던 일본의 서비스 로봇 산업과 현실은 큰 차이를 보였다. 개인서비스용 로봇은 아직 성장세가 미미한 수준이란 결론이다.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에 따르면 개인서비스용 로봇의 연평균 성장률은 6.9% 정도로 제조·전문영역 로봇들에 비해선 기술개발·보급이 더딘 편이다.
 
[르포]도쿄 커피숍의 '로봇 페퍼'…주문받고 대화까지
(왼쪽부터)도시바가 개발한 로봇 '아이코 치히라', 미쓰코시백화점 니혼바시점 안내센터 모습으로 아이코 치히라가 빠진 자리를 다른 '인간 직원'으로 채웠다/사진=류준영 기자 <br>

◇산업용 로봇 '1위 수성'=산업용 로봇 분야는 일본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일본에서 최근 생산되는 산업용 로봇의 공통점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로봇팔을 덮고 있는 외부 소재는 사람과 충돌할 경우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고무재질 등으로 바꿨다. 작업 반경에서 일정 거리 내 사람이 접근하면 작업속도가 늦춰지거나 멈추는 기능도 필수적으로 채용되기 시작했다. AI를 이용해 사람이 특정 동작을 가르쳐주면 로봇이 그 동작을 똑같이 반복하는 산업용 로봇도 등장했다. 로봇과 인간이 한 자리에서 공동작업을 하는 환경을 전제로 한 개발이다.

제조업용 로봇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일본이 17.5%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17.47%)과 독일(12.7%)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한국은 5.8%로 4위에 올라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과학기술 분야에 26조엔(약 254조원)을 투입한다. 시마지리 아이코 일본 내각부 과학기술정책담당 장관은 "로봇을 포함한 미래 첨단 기술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며 "도로·교량·터널을 센서로 실시간 감시해 부식·파손이 발생할 경우 고치는 야전 수리로봇 등의 개발을 전략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韓·中·日 경쟁보단 협력=중국은 2016년을 전 세계 로봇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한 단계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았다. 중국 정부는 기술 표준화, 투자,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육성 정책을 시행해 2020년까지 산업·제조업용 로봇 시장의 패권을 거머쥔다는 구상이다.

우리나라는 2022년까지 국내 로봇 시장을 25조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로봇 미래전략'(2012년, 지식경제부)을 발표했으며,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9대 성장산업으로 '지능형 로봇'을 선정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25년까지 산업용 로봇을 도입함으로써 인건비를 가장 많이 절감할 국가로 한국(33%)을 꼽았다. 일본(25%)과 비교해 적지 않은 격차다.

한국의 로봇 기술력은 세계 4위지만, 특화된 로봇 기술과 전략적 공동 R&D(연구·개발)로 산업·기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이 필요하다.

임재환 아오야마가쿠인대학교 국제정치경제학부 교수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경제·사회 구조가 비슷한 3국이 첨단기술 시장에서 경쟁 구도로 흘러가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서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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