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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전시] 로봇이 술 따르고 수다 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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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장 작성일15-12-31 12:43 조회6,9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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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는 로봇 ‘드링키’가 관람객과 맞술 중이다. 사진 = 아트센터 나비

▲ 술 마시는 로봇 ‘드링키’가 관람객과 맞술 중이다. 사진 = 아트센터 나비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전시장 이곳저곳에서 로봇 파티가 벌여졌다. 헌데, 이 로봇들은 아주 특이하다. 인간에게 감히 술을 따르라고 손짓을 하는가 하면, “고생했어”라 말을 걸기도 한다. 인간과 맞먹으면서 로봇이 감정소통을 하자고 덤비는 듯한 묘한 분위기다. 로봇과의 공감-공생을 고찰해보자는 이런 전시들이 이어지고 있다.
 
 
로봇과 함께 하는 인간의 삶
‘로봇파티’전
 
힘이 들 때 격려의 의미로 하이파이브를 해주고, 커피를 살짝 건넨다. 그런가 하면 록밴드를 결성해 현란한 기타 연주를 선보이고, 괴로운 일이 있었던 듯 폭탄주를 만들어 함께 건배하자며 벌컥벌컥 들이키기도 한다. 헌데, 이게 모두 로봇의 행동이라면?
 
‘로봇파티’전은 로봇과 인간이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이다. 인간과 로봇의 감정 소통을 주제로 한국, 일본, 중국에서 제작한 로봇 50여 점을 선보인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아트 로봇부터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반려 로봇, 로봇 엔터테인먼트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인간과 로봇의 합동 공연까지 펼쳐진다.
 
응큼한 말을 일삼는 19금 곰인형 로봇도 인기있다. 사진 = 아트센터 나비

▲ 응큼한 말을 일삼는 19금 곰인형 로봇도 인기있다. 사진 = 아트센터 나비

이번 전시는 디지털아트 전문 미술관 아트센터 나비가 기획했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 속에서 탄생한 로봇들이 사람에게 어떤 감정을 유발할 수 있을지에 대해 물음을 제기한다. 현대인의 외로움, 허전함을 채워주는 소통의 매개로서의 로봇의 새로운 역할을 고민해보자는 제안이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현대인은 명실상부한 로봇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감정 표현을 쉽게 할 수 없는 현대인에게 로봇이 도움이 될 수 있다. 2년 전부터 이 분야를 연구해오고 있다”며 “산업용 로봇이 아닌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감성 소통 로봇들을 소개하는 자리다. 제작된 로봇들은 쇼, 댄스, 뮤지컬 같은 공연 분야에 접목돼 융복합 문화 콘텐츠로서 다양한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로봇 밴드 ‘MMI’의 공연을 구경하는 관람객들. 사진 = 아트센터 나비

▲ 로봇 밴드 ‘MMI’의 공연을 구경하는 관람객들. 사진 = 아트센터 나비

아트센터 나비는 2013년부터 로봇 주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올해 초부터 창작 및 제작 공간 나비 랩(Nabi E.I Lab)을 운영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 자체 개발 로봇 약 20여 점을 공개한다. 빛으로 그림을 그리는 로봇 팔부터, 사람을 피해 도망 다니며 골탕 먹이는 의자로봇, 귀여운 곰 인형 모습으로 성희롱을 하는 로봇 등 다양하다. 지난 8월 ‘개인 창작 로봇’을 주제로 진행한 ‘하트봇(H.E.ART BOT) 해카톤’에서 탄생한, 가슴속 맺힌 감정을 대신 풀어주는 욕쟁이 할매봇, 위로의 메시지를 건네는 아바타봇 등도 함께 전시된다.
 
미디어 아티스트 홍상화와 SK텔레콤의 협업 결과물도 선보인다. 음성 인식 기술로 인간과 대화가 가능한 곰돌이 로봇 ‘동행’은 일상의 소소한 일들에 대해 수다를 나눠주는 대화형 로봇이다. 또 파티에서 폭탄주를 제조해주는 로봇으로 변신한 산업용 로봇 ‘마젠타’ 등 인간의 육체노동 대체에 이어 감정노동까지 대체해주기 시작한 로봇들을 만날 수 있다.
 
‘로봇파티’전엔 다양한 로봇이 등장한다. 산업용 마젠타 로봇이 폭탄주 제작을 준비 중이다. 사진 = 아트센터 나비

▲ ‘로봇파티’전엔 다양한 로봇이 등장한다. 산업용 마젠타 로봇이 폭탄주 제작을 준비 중이다. 사진 = 아트센터 나비

(주)타스코가 제작한 기타와 드럼 연주 로봇으로 이뤄진 밴드 ‘MMI(Musical Mechanical Instrument)’도 설치된다. 학생, 직장인, 예술가 등이 만든 로봇들도 전시된다. 술을 마시며 사람과 대작을 하는 로봇, 마음에 쌓인 짐을 털어내듯 유머를 전하는 쓰레기통 로봇 등이 감정공유 시도를 한다.
 
이제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 영역까지 넘보는 로봇의 발전은 가볍게만 볼 수 없다. 30년 전 영화 ‘백투더퓨처(1985)’ 속 미래 상상 중에서 실제로 현실화된 것들이 있듯, 영화 ‘아이로봇’ ‘터미네이터’ 속의 로봇 세계가 현실화돼가고 있는 것일까. 전시는 타작마당에서 2016년 1월 16일까지.
 
 
로봇과의 공생을 대하는 태도
‘로봇 비 휴먼’전
 
과거 “여의의 국회의사당 돔 속에 로봇 태권V가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로봇에 대한 상상이 만들어낸 우스갯소리였다. 이 로봇들이 현 시대에 재등장한다.
 
어렸을 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로봇들이 ‘로봇 비 휴먼(Robot be Human): 창조된 인간’전을 통해 돌아온다. 이번 전시는 제17회 국제로봇올림피아드 세계 대회와 연계해 열린다. 로봇 만화의 변천사를 따라가며, 미래를 예견하는 상상력을 뒤돌아보는 자리다. 어려서 본 만화 속 로봇은 슈퍼 영웅 같은 존재로 멋있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성인이 돼 다시 접하는 로봇 만화는, 미래를 예견했던 상상력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만나게 하면서 새로운 전율을 준다.
 
‘로봇 비 휴먼(Robot be Human): 창조된 인간’전은 로봇 만화의 변천사를 따라가며 상상력을 고찰해보는 자리다. 사진 = 한국만화박물관

▲ ‘로봇 비 휴먼(Robot be Human): 창조된 인간’전은 로봇 만화의 변천사를 따라가며 상상력을 고찰해보는 자리다. 사진 = 한국만화박물관

한국의 초기 로봇 만화 ‘강철인 마치스테’(1964), ‘로보트 태권V’(1976), ‘철인 캉타우’(1976), ‘로보트 킹’(1977), ‘로봇 찌빠’(1979)부터 웹툰 ‘삼단합체 김창남’(2008), ‘로봇이 상냥해’(2013)까지 변천사를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로봇을 소재로 한 김진우, 성태진, 천근성 작가의 미술 작품을 함께 전시해 로봇 만화의 시대적 의미와 예술적 가치를 살펴보게 한다. 김진우는 디지털 문명 속에서 진화해 가는 새로운 인류의 모습을 상상한다. 인간은 더 이상 자연 속에 살아가는 동물 생명체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 섬인 도시 기계문명 속에서 살아간다. 이 시대에 김진우는 인간과 기계, 그리고 자연과의 새로운 융합과 통합에 대한 이야기를 작업으로 풀어낸다.
 
성태진 작가의 ‘사랑한다고 말할걸 그랬지’ 시리즈. 태권브이를 인간화 시켰다. 사진 = 한국만화박물관

▲ 성태진 작가의 ‘사랑한다고 말할걸 그랬지’ 시리즈. 태권브이를 인간화 시켰다. 사진 = 한국만화박물관

성태진의 작품 속 태권브이는 영웅이 아니다. 악당들로부터 지구를 지키던 영웅 태권브이는 아재 백수가 됐다. 무릎이 튀어 나온 청색 츄리닝을 입고 동네 어귀를 어슬렁거리는 그는 영웅과는 멀어졌지만, 현 시대의 우리들에게는 더 가깝게 느껴지는 요소도 있다. 천근성 역시 성태진처럼 태권브이를 주제로 했다. 다만 환경 피해와 사회 문제로 연결시킨다. 천하무적의 힘과 기술을 가진 태권브이라도 전기가 없다면 무용지물임을 이야기한다.
 
어른 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추억의 로봇 이외에 현재 어린이들이 열광하는 로봇 주인공들도 함께 전시된다. ‘터닝메카드’ ‘헬로 카봇’ ‘로보카 폴리’ ‘로봇트레인’ ‘또봇’ 등 변신 로봇 애니메이션이 전시돼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다.
 
인공지능 로봇 이야기를 다룬 신문수의 만화 ‘로봇 찌빠’. 사진 = 한국만화박물관

▲ 인공지능 로봇 이야기를 다룬 신문수의 만화 ‘로봇 찌빠’. 사진 = 한국만화박물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오재록 원장은 “과거 만화가의 상상으로 탄생한 로봇들이 과학자들을 통해 구체화되고 실제화 됐다”며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랑 받아온 최초의 로봇 만화부터 최근의 변신 로봇 캐릭터까지 전시해 꿈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로봇의 가능성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측면과 더불어 로봇과의 공생을 준비하는 태도 또한 이야기 거리다. 최은영 큐레이터는 “로봇은 인간의 이기심에 따라 창조됐다. 인간의 조종과 명령대로 전쟁, 산업, 각종 연구 및 생활 영역 등에서 인간을 대신해 임무를 수행하다가 쓰임이 다하거나 고장나면 바로 고철로 버려지는 것이 원래 로봇의 운명”이라며 “다양한 형태로 인간을 대체하기 위해 창조됐지만 머지않아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이 나타날 수 있음을, 시대를 앞서간 여러 만화를 통해 회상하고 예견하면서 우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시는 한국만화박물관에서 2016년 4월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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