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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바꿀 우리의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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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장 작성일14-10-31 15:06 조회6,8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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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213) 로봇이 바꿀 우리의 삶과 문화
 
<카이스트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센터 소장 오준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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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호 교수 모습 / 이하 사진=CT지기]
 
 
 
Q. 오늘날 로봇공학의 개발동향은 어떠한가요?
 
A. 혼다가 출시한 Asimo라는 로봇이 등장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공장에 있는 산업용 로봇을 흔히 생각했습니다. 한동안 로봇은 과학자의 장난감, 영화 속 판타지에 불과했으니까요. 사람들은 로봇이라는 단어를 듣고 마징가 제트와 같은 만화 속 로봇을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개발 초기에 실제 출시된 것은 팔 하나 정도가 달린 초보단계의 로봇이었습니다.
 
asimo의 등장 이후 로봇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하게 다가가게 됐습니다. 앞으로 10년 후면 저런 로봇이 집에 와서 밥도 해주고 같이 대화도 나눌 것이라는 생각이 생겨난 거죠. 2000년 이전에 만들어진 산업용 로봇이 공장에서 정형화된 노동을 했다면, 2000년 이후에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Q. 산업용 로봇과 오늘날 주목받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A. 산업용 로봇은 태생적으로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하지 않습니다. 공장에서 일방적으로 생산에만 임하는, 나사를 조이거나 물건을 이동시키는 정도의 제한된 일을 맡습니다.
 
그래서 원래 입력된 일 외에는 기타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정해진 일만 합니다.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중간에 기계가 고장 나거나 오류가 생겨도 그런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기능이 갖춰지지 않았죠. 반면 지능형 서비스 로봇은 태어날 때부터 상호작용을 전제로 개발되었습니다. 상호작용이란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 사람과의 상호작용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주변 환경이 갑자기 변해도 거기에 맞게 대응할 수 있고, 사람이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해도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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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기타 워크숍 현장의 모습]
 
 
 
Q. 로봇이 상호작용을 잘 하려면 어떤 기능이 필요한가요?
 
A. 로봇에게는 공장 밖의 세상은 모두 적의적인 환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로봇에게 가장 친숙한 환경은 공장인데, 공장 밖에서 로봇은 적대적인 환경과 마주하게 됩니다. 로봇이 공장 밖에서 뛰거나 걷다가 멈추려면 중력과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합니다. 착지점을 설정하여 멈추는 힘을 고려해야 하고, 손과 카트와 상호작용, 바닥과 카트, 카트 바퀴와 바닥의 상호작용 등 여러 가지 변수들을 고려해야 하는 거죠. 이런 상호작용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잘 합니다. 그런데 로봇의 입장에서는 이런 상호작용이 매우 힘듭니다. 로봇이 스스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엄청난 계산을 해야 하는 겁니다.
 
로봇에게 팔에 힘을 빼고 흔들어보라고 명령을 내릴 경우, 인간에게는 매우 쉬운 일이 로봇에게는 매우 어려운 수학 문제가 됩니다. 손의 강도, 바닥의 강도, 바닥과의 마찰정도, 발걸음의 빈도 등위치 에너지, 운동에너지, 싸인, 코싸인 등의 수학공식을 동원해 문제를 풀어야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로봇입장에는 인간생활에 유입되는 것이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 됩니다. 자유로운 인간에게 부동자세로 가만히 있으라고 요구하는 정도의 스트레스 강도와 흡사하다 할 것입니다. 반면 로봇이 제일 잘하는 것은 부동, 기마 자세입니다. 전기만 안 끄면 가만히 서있는 것은 로봇에게는 식은 죽 먹기입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부동자세가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입니다. 로봇이 제일 어려워하는 일은 몸에서 힘을 빼는 일입니다.
 
로봇에게는 몸에 힘을 빼고 팔을 흔드는 것이 어렵습니다. 로봇이 상호작용을 잘 하려면 몸에서 힘 빼는 것을 잘해야 합니다. 로봇에게는 문을 여는 일이 정말 어려운 과제인데요. 문고리를 잡으려면 원호를 따라서 움직여야하는데 계산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문고리를 잡으려다가 넘어지기 싶습니다. 하지만 로봇이 사람처럼 유연하고 몸에 힘을 뺄 줄 안다면 문을 여는 일이 쉬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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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기술과 미래 강의자료 모습]
 
 
 
Q. 우리나라의 로봇 산업은 어떤 모습을 보이며 발전해왔나요?
 
A. 1960년대 산업 로봇이 미국에서 처음 발명되었습니다. 실용화된 것은 일본의 토요타 공장입니다. 1980년 중반에 로봇 기술이 완성되어 로봇이 광범위하게 퍼졌고 우리나라의 고등 산업화시기와 맞물려서 우리나라에도 로봇이 많이 도입되었습니다. 1970년대 섬유, 단순 전자제품 생산 시기를 지나 1980년대 들어서 한국에서도 자동차가 생산되고 산업대국으로 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에는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는 해외의 로봇 기술을 국내에 도입해 로봇을 공장에 많이 들여왔습니다. 대기업들은 각자 회사 공장에 로봇을 설치하고 선진국에서 개발한 모델을 참고하여 기술을 현지화했습니다.
 
또 이 때 기하급수적으로 유학생의 비율이 늘어났습니다. 특히 이공계에서 해외로 떠나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이들은 해외로 나가 선진 로봇 기술을 배워왔습니다. 당시 해외에서는 공장 로봇의 시대는 저물고 음성인식, 로봇 인공지능 연구가 각광을 받던 때였습니다. 당시에 해외에서 유학한 사람들은 인공지능, 비쥬얼, 음성인식 위주로 배웠기 때문에 정밀기계로서의 하드웨어적인 로봇 에 대한 연구는 다소 미약했습니다. 하드웨어로서의 로봇과 소프트웨어로서의 로봇 연구를 분리해서 본다면,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공부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Q. 현재의 로봇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A. 제가 보기에 현재의 로봇 수준은 100점 만점에 3점 정도의 수준에 불과합니다. 아직은 로봇 관련 기술이 취약하고 가야할 길이 멀다고 봐야 합니다. 현재의 로봇기술은 1960년대 산업형 로봇에 사람 모형을 씌운 것에 불과합니다. 공장에서 자동화에 쓰이는 로봇의 인식기술은 100점입니다. 공장에서는 환경의 변화가 없고, 광선이 좋고 심플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일하기 때문에 로봇은 정해진 환경에서 맡은 일만 하면 되는 겁니다. 하지만 역광, 어두침침한 환경 등 공장 밖의 환경이라고 가정해보면 어떨까요? 로봇이 직접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 어두운지 안 어두운지 등 환경의 변화를 직접 인지해서 그에 맞게 대응하게 만드는 것은 현재의 기술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로봇에게 개를 보여주고 개를 프로그래밍해서 인식하게 한다고 가정해볼까요? 전 세계에 100억 마리의 개가 있다면 모든 개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로봇의 두뇌에 입력하여 모두 기억하게 해야 합니다. 이것은 컴퓨터 과학의 한계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4,5살 정도가 되면 개가 무엇인지는 명확히 모르지만, 개와 여우, 개와 늑대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로봇처럼 하나하나 두뇌에 입력할 필요 없이 스스로 인지과정을 통해서 개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기억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게 바로 진정한 인지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죠.
 
TV에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로봇의 모습을 많이 보셨을 텐데요. 이 로봇들 역시 사전에 다양한 버전의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를 미리 입력한 후 이에 반응하게 만든 것에 불구합니다.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 등 다양한 버전의 목소리와 사투리 음성을 미리 로봇의 두뇌에 입력한 것이죠. 또 최근에 많이 쓰이는 ARS 음성 인식 기술의 경우도 비슷한데요. ARS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서 말을 하면 컴퓨터가 인식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컴퓨터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전체 음성인식의 60% 정도는 직원이 직접 입력하여 진행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이처럼 로봇 기술은 높은 점수를 주기에는 아직 미비한 부분이 많습니다.
 
 Q. 앞으로 미래의 로봇산업은 어떻게 발전해나가게 될까요?
 
A. 많은 사람들이 로봇 산업에 주목하고 있으나 여전히 로봇을 대중적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직은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과학자들 외에 일반인들은 로봇을 사지 않습니다. 그들이 로봇을 사지 않는 이유는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기술이 등장하면 마켓의 기대치는 신기술일수록 높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수준에 비해서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런 경우 기술 수준과 사람들의 기대치 사이에 현저한 괴리가 생깁니다.
 
현재의 로봇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기술의 수준이 소비자의 만족을 앞서 캐치하여 소비자 기대치를 앞서 나가며 시장을 선도할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휴대폰입니다. 사람들이 그런 기능을 인지하거나 필요로 하기도 전에 16화음, 64화음, 원음 벨소리 등으로 휴대폰의 기능이 빠르게 진화해왔죠. 하지만 로봇의 경우는 기술 수준에 비해 시장에 대한 환상을 채워주기에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로봇을 떠올리면서 상상하는 기술들을 현재의 기술로 구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각광받는 바이오 기술, 나노 기술 역시 로봇 기술과 시장 상황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현실에서 구현 가능한 기술의 수준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로봇 산업 역시 아직 시장은 미래에 있다고 봅니다. 아직은 로봇산업으로 돈을 벌기에 적합한 시장구조는 아닙니다. 하지만 시장에는 다양한 욕구가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면 다양한 버전의 로봇의 수요가 생겨날 것입니다. 소비자의 욕구 수준은 다양하다. 마징가 제트처럼 완벽한 수준의 로봇을 원하는 이가 하면, 단순한 수준의 로봇에도 호감이나 필요성을 느껴 구매하는 소비자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기대치와 실제 기술 발전 정도, 즉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로봇 산업도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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