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리뷰] 로봇으로 본 인간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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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장 작성일15-04-02 10:48 조회6,957회 댓글0건본문
요즘 로봇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생활 속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청소로봇, 강아지로봇 등을 넘어서 특별히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가령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키스멧’, 방문객의 의사를 정확히 간파하여 이에 적절히 응대하는 일본 혼다의 ‘아시모’ 등. 예전에는 공상 과학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였지만 이제는 우리의 실생활에서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휴머노이드 로봇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 중요하고 분명한 것은,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동안 과학적인 설명이 어려워 주로 인문학에 의존해 왔던 인간 존재에 관한 질문 특히 지능, 감성, 의식, 자율성, 자유의지 등과 같은 인간의 조건에 대해 과학적 설명이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다. 만약 인간다움의 이 같은 조건을 로봇에 구현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이에 대한 과학적 규명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와 유사한 문제의식에서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이 어떤 능력을 갖추면 인간이 될 수 있는지를 다룬 소설이 있다. 바로 미국의 과학자이자 소설가인 아이작 아시모프가 1976년에 발표한 ‘바이센테니얼맨’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 소설이 우리에게 흥미를 끄는 것은 인공지능 로봇이 200년 만에 사람으로 인정받게 된다는 다소 황당한 결론이 아니라, 로봇이 인간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을 언급하면서 로봇을 통해 인간의 조건을 되새겨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인간의 조건이란 무엇일까.
앞으로 로봇은 기본적으로 인공지능을 갖고 태어날 것이다. 이러한 인공지능 로봇은 고도로 지적이고 이성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이 설계돼 있어 특정 분야에서의 전문적인 작업을 인간을 훨씬 능가해 수행할 수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도 원래 가사 일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도록 만들어진 가사로봇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인공지능 로봇에게 인간의 기본적인 조건인 창의성이나 감성은 아직 없다. 창의성을 갖추려면 스스로 학습하면서 최초 입력된 프로그램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진화할 수 있는 자기주도 학습능력과 자율성이 필요하다. 또한 인간적인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감각적인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표현할 수 있는 일차 감정과 사랑, 동정, 분노 등을 표현할 수 있는 고차적인 이차 감정 모두가 필요하다. 이러한 자율성과 감성을 어떻게 공학적으로 설계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이것들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조건으로서 합리적인 이성과 함께 인간의 의식과 마음, 나아가 자의식과 자유의지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러한 자의식과 자유의지가 있어야 하나의 자율적인 인격체로서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영화에서도 비록 우연적 사고로 시작됐지만 이와 같은 일련의 요소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시간적 계기와 단계를 살려 잘 묘사돼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 되려면 이것으로 충분할까. 영화는 인공피부로 인간과 동일한 모습을 지니고 자유의지를 가진 하나의 인격체로 발전해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 주인공 로봇을 아직 인간으로 보지 않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늙어 죽어감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늙지도 죽지도 않는 로봇은 아직 인간이 아닌 것이다. 노화와 죽음, 이를 통해 생사고락을 함께할 수 있어야 비로소 인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하나의 소설이고 영화이지만, 미래사회에 등장할 휴머노이드 로봇을 통해 과연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어떤 존재이어야 하는가를 현재 되묻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 인간을 닮은 로봇을 개발함에 있어 무엇이 필요한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조건들이 과연 과학으로 모두 규명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중원 서울시립대 교수·과학철학
그런데 이렇게 휴머노이드 로봇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 중요하고 분명한 것은,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동안 과학적인 설명이 어려워 주로 인문학에 의존해 왔던 인간 존재에 관한 질문 특히 지능, 감성, 의식, 자율성, 자유의지 등과 같은 인간의 조건에 대해 과학적 설명이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다. 만약 인간다움의 이 같은 조건을 로봇에 구현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이에 대한 과학적 규명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와 유사한 문제의식에서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이 어떤 능력을 갖추면 인간이 될 수 있는지를 다룬 소설이 있다. 바로 미국의 과학자이자 소설가인 아이작 아시모프가 1976년에 발표한 ‘바이센테니얼맨’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 소설이 우리에게 흥미를 끄는 것은 인공지능 로봇이 200년 만에 사람으로 인정받게 된다는 다소 황당한 결론이 아니라, 로봇이 인간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을 언급하면서 로봇을 통해 인간의 조건을 되새겨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인간의 조건이란 무엇일까.
이중원 서울시립대 교수·과학철학 |
영화에서도 비록 우연적 사고로 시작됐지만 이와 같은 일련의 요소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시간적 계기와 단계를 살려 잘 묘사돼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 되려면 이것으로 충분할까. 영화는 인공피부로 인간과 동일한 모습을 지니고 자유의지를 가진 하나의 인격체로 발전해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 주인공 로봇을 아직 인간으로 보지 않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늙어 죽어감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늙지도 죽지도 않는 로봇은 아직 인간이 아닌 것이다. 노화와 죽음, 이를 통해 생사고락을 함께할 수 있어야 비로소 인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하나의 소설이고 영화이지만, 미래사회에 등장할 휴머노이드 로봇을 통해 과연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어떤 존재이어야 하는가를 현재 되묻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 인간을 닮은 로봇을 개발함에 있어 무엇이 필요한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조건들이 과연 과학으로 모두 규명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중원 서울시립대 교수·과학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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