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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로봇 시대 “주인님은 창의적인 일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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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장 작성일15-08-24 11:31 조회6,9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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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10일 일요일 대전컨벤션센터. 로봇융합페스티벌 행사 마지막 날인 이날은 휴일임에도 오전 일찍부터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로봇에 대한 로망이 큰 초중고 남학생들이 많았다. 이들은 삼복더위에도 오랜 시간 줄을 서 드론이나 휴머노이드 로봇(인간형 로봇)을 조종해보고 로봇축구대회 등을 관전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올해로 4회째인 로봇융합페스티벌 행사는 ‘2015 FIRA 로보월드컵’ ‘2015 국제청소년로봇대회’ 등 로봇 관련 2개 국제대회와 9개 전국대회가 개최돼 6790여명의 선수들과 4만여명의 관람객이 몰리는 등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져 성황을 이뤘다.

#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다르파로보틱스챌린지(DRC)’.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재해 현장에 사람 대신 로봇을 투입하기 위해 시작된 세계재난구조로봇대회였다. 로봇이 차를 타고 재해 지역으로 이동해 현장에서 문을 열고 가스 밸브를 잠그는 등 8가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일본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 등 쟁쟁한 경쟁자를 뚫고 대회에서 우승한 건 카이스트가 개발한 우리나라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였다. 수많은 장애물이 있었지만 한 번도 걸려 넘어지지 않고 임무를 완수한 건 휴보가 유일했다.

국내외에서 로봇 관련 행사가 잇따르며 로봇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세계 로봇 산업에서 변방에 머물던 우리나라는 DRC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며 선진국 못지않은 기술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기술력만 놓고 보면 미국, 일본 등 로봇 선진국에 밀리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하지만 로봇 대중화까지는 과제도 만만찮다. 국내 로봇 관련 기업들이 대부분 영세한 데다 로봇을 상용화할 만한 ‘킬러 콘텐츠’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 국내외 로봇 산업은 어디까지 와 있으며 상용화는 언제쯤에야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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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로봇 산업현황은

“2020년 1가구 1로봇 시대 열린다”

로봇은 크게 ‘산업용 로봇(Industrial Robot)’과 ‘지능형 로봇(Intelligent Robot)’ 두 가지로 나뉜다.

산업용 로봇(또는 제조용 로봇)은 1961년 미국 GM 공장에 처음 설치된 이래 세계 곳곳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1978년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토요타가 만든 자동차 용접로봇을 도입한 게 첫 사례다. 이후 자동차나 반도체 산업 등에서 자동화 요구가 증가하며 산업용 로봇은 확대일로를 걸었다.

하지만 산업용 로봇의 한계는 명확했다. 공장이란 한정된 공간에서만 쓰이고 수송, 조립 등 단순 업무만을 반복하기 때문. 생산공정 자동화를 지원하는 ‘제조용 기계’라는 인식이 더 강했다. 또 1990년대 후반 들어 세계적으로 중후장대 산업에서 IT·서비스 산업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하며 산업용 로봇에 대한 수요도 둔화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능형 로봇(또는 서비스 로봇) 개발에 몰두하기 시작한 배경이다.

지능형 로봇은 인간의 통제나 지원을 거의 받지 않고 스스로 행동하는 로봇을 말한다. 장애물 등 주변환경을 ‘감지(Sense)’하고 어떻게 대응할지 자율적으로 ‘판단(Think)’해 ‘행동(Act)’에 옮기는 3단계 과정으로 이뤄진다. 우리가 ‘로봇’이란 말을 들었을 때 언뜻 떠올리는 것은 지능형 로봇에 가깝다.

지능형 로봇의 장점은 산업용 로봇보다 훨씬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군사, 재난 구조 등 전문 서비스는 물론 교육, 청소 등 일상에서도 개인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어 시장 잠재력이 훨씬 크다. 월드로보틱스(World Robotics)에 따르면, 개인용 서비스 로봇시장 규모는 2009년 6억100만달러(약 7070억원)에서 2013년 17억1400만달러(약 2조165억원)로 연평균 30%씩 성장한 반면 산업용 로봇은 같은 기간 39억7600만달러(약 4조6777억원)에서 95억700만달러(약 11조1850억원)로 연평균 24.3%씩 성장했다. 산업용 로봇 성장은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수요의 20%를 차지하는 중국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에 힘입은 결과다. 신흥국 경제성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나면 향후 세계 로봇시장은 개인용 서비스 로봇이 주도할 것이란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이 최근 발표한 로봇시장 전망 보고서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마켓앤드마켓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 규모는 연평균 5.2% 성장해 400억8000만달러(약 47조1541억원), 같은 기간 서비스 로봇은 이보다 4배가량 높은 연평균 21.5% 성장해 194억1000만달러(약 22조8358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봇시장 규모가 현재 글로벌 가전시장 규모(70조원)와 비슷한 수준까지 폭발하는 것. 일본 미쓰비시연구소는 2020년에 ‘1가구 1로봇’ 시대가 열릴 것이라 예상한다. 스마트폰처럼 모두가 로봇을 하나씩 갖는 ‘1인 1로봇’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전망도 속속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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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처럼 네발로 다니며 150㎏의 짐을 짊어지고 산을 오르내리는 군용 수송 로봇 ‘빅도그’.

로봇기술 어디까지 왔나

군사·의료 등 다방면서 인력 대체

서비스 로봇은 군사, 수송, 언론,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발·보급되고 있다. 단 가격과 기능 문제로 아직까지는 개인용보다 전문가용으로 활용되는 게 대부분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은 위험한 전쟁터에 군인 대신 로봇을 투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에서 로봇 기술로 움직이는 무인기는 7494대(2012년 기준)로, 전체 전투기 3대 중 1대에 달한다. 개처럼 네발로 다니며 150㎏의 짐을 짊어지고 산을 오르내리는 군용 수송 로봇 ‘빅도그’, 평소에는 네 바퀴로 다니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10~12m 높이까지 뛰어오를 수 있는 ‘벼룩 로봇’도 있다.

물류 분야에선 아마존, 알리바바 등 온라인 쇼핑 업체들이 ‘드론(무인항공기) 택배’를 준비 중이고, 자동차 업계는 자동차가 알아서 운전하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 드론 택배와 자율주행차는 늦어도 2020년까지 상용화한다는 게 업계 목표다.

의료용 로봇은 수술로봇 ‘다빈치’가 유명하다. 720도 연속 회전, 미세 조정 등이 가능해 개복수술 대신 국소 부위만을 최소로 절개해 감염 위험이 낮고 환자의 고통과 출혈, 수술 후 흉터도 줄었다. 현재 연세세브란스병원에서만 40여명의 의사들이 위암, 간암, 폐암, 전립선암 등 주요 암 수술에 활용한다.

언론에선 ‘로봇 기자’가 쓴 기사들이 미국에서 이미 유통되고 있다. 지난해 3월 17일 LA에서 발생한 지진 뉴스를 LA Times에서 가장 먼저 작성, 배포한 기자는 사람이 아닌 로봇이었다. 로봇 기자는 스포츠 기사나 기업 실적 보고서 등 사실 위주의 결혼 전달형 속보나 숫자가 내용의 주를 이루는 기사들을 쓰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다.

인간을 닮은 외형으로 각종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휴머노이드 로봇도 각광받는다. 영화 속 사이보그나 만화영화 아톰 같은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건 일본이다. 소프트뱅크가 최근 선보인 ‘페퍼’는 인간과 대화하며 상대방의 얼굴이나 감정까지 읽고 반응할 정도로 뛰어난 인공지능을 자랑한다. 노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약 복용 시간을 알려주거나 은행 창구나 식당 등에서 고객 주문을 받을 수도 있다. 지난 6월과 7월 온라인 판매 1분 만에 각 1000대 물량이 모두 매진됐을 만큼 인기가 높다.

한편에서는 로봇이 발달할수록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상당하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의 702개 직업에 대해 로봇 혹은 인공지능으로의 대체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47%가량이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길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직종별로는 운송·물류부문 종사자, 직업별로는 텔레마케터, 보험평가사, 현금출납 직원, 부동산 중개인 등의 대체 가능성이 특히 높았다. 미국 3대 보험회사 중 하나인 ‘트래블러스’는 자율주행차가 성공적으로 상용화될 경우 교통사고가 급감, 자동차 보험 업계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다른 쪽에선 로봇 기술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란 긍정론도 제기된다. 휴보를 만든 오준호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컴퓨터의 등장으로 주판 전문가 등 일자리 감소 우려가 많았지만 프로그래머 등 그만큼 새로운 직종이 생겨났다”며 “로봇은 사람들이 보다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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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0일 대전 로봇융합페스티벌 중 장애물 넘기 경기에 참여한 로봇 모습.

우리나라 로봇시장은

기술력 있지만 킬러 콘텐츠 부재

전문가들은 국내 로봇 기술력이 아직 선진국 다음가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미국은 우주·국방, 독일과 일본은 미세 제어 등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반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이미 개발한 원천기술을 융합해서 새로운 서비스 로봇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유정기 대전대 IT융합공학부 교수는 “(후발주자인 만큼) 선진국과는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서 기술적으로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기술력은 어느 정도 갖췄지만 상용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서비스 로봇이 군사·의료 등 전문 영역을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고 교육·엔터테인먼트 등 일상에서 활용할 만한 제품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에서 판매되는 서비스 로봇 제품은 기껏해야 로봇청소기 정도에 그친다.

KT가 아이리버와 손잡고 개발한 교육용 로봇 ‘키봇1·2’는 수요가 없어 지난해 말 판매를 중단했다. 기술력이 부족해서는 아니다. 영상·음성인식, 행동 제어 등 각 요소 기술은 수준급이지만 이들을 한데 모아 만들어낼 만한 제품 용도, 즉 ‘킬러 서비스’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재 국내 서비스 로봇시장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수 있는 심리적 마지노선 가격이 100만원 정도. 하지만 이 가격 아래에선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기능을 갖춘 로봇을 양산하기 힘들다. 한마디로 시장성이 없다는 의미다.

이는 소비자들이 효용을 경험해본 적 없는 새로운 제품이 등장할 때마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기도 하다.

이럴 땐 초기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시장 확대를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기업이 필요하다. 물론 이런 마케팅이 가능한 기업은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이다. 하지만 국내 로봇시장은 대기업 참여가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로봇 생산업체 중 연 매출 10억원이 안 되는 영세기업 비율은 57.4%로 절반 이상에 달한다(2012년 기준). 국내에서 가장 큰 로봇 생산기업인 현대중공업도 관련 매출이 연 3000억원 선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서비스 로봇이 아닌 산업용 로봇에 집중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로봇시장 규모는 2012년 2조1327억원으로 전년(2조1464억원) 대비 오히려 0.7% 감소하기도 했다. 내수 중심 시장과 업체들의 영세성, 현장 수요와 연구실 기술 간 괴리 등으로 규모 있는 로봇시장 형성이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대기업이 앞장서 로봇시장을 진두지휘하는 일본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일본은 1973년 가토 이치로 와세다대 교수팀이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인 ‘와봇1’을 개발한 이래 소프트뱅크, 혼다 등 대기업들이 줄곧 로봇시장을 이끌고 있다. 특히 소프트뱅크의 페퍼가 매진 행렬을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제조원가에도 못 미치는 200만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이다. 당장은 채산성이 안 맞지만, 로봇시장의 선도기업 이미지를 얻고 소비자들의 로봇 체험도를 높여 중장기적인 매출 확대를 노린다는 게 소프트뱅크의 전략이다. 영세기업이 대다수인 국내 시장에선 꿈도 꾸기 어려운 현실이다.

국내 로봇 산업 활성화를 위한 조건은 뭘까.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킬러 서비스 찾기, 그리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주문한다. 오준호 교수는 “로봇 기술이 시장 수요와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학계에서 개발한 로봇 기술이 시장에서 필요없다거나, 반대로 시장에서 필요한 기술이 학계에선 당장 개발이 어려운 식이다. 양쪽의 접점을 찾으려 계속 노력하고 있고,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로봇 청소기”라며 “로봇 산업이 꾸준히 확산되고 있는 만큼, 킬러 서비스가 한번 나오면 봇물 터지듯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봉현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정책기획실장은 “근본적으로 협소한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시장의 니즈(Needs) 반영 등 글로벌 마케팅이 강화돼야 한다. 하지만 국내 서비스 로봇기업이 대부분 중소기업인 상황에선 글로벌 기업 활동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로봇기업 간 동반자적 파트너십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글로벌 공동마케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 그래픽 : 정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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