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있어도 안심되는 로봇으로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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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장 작성일15-08-31 13:42 조회6,718회 댓글0건본문
덴마크 오덴세에 위치한 유니버설 로봇 본사 |
산업용 로봇을 들고 다닌다는 것이 매우 이례적인데, IEEE 에디터는 인터뷰 시작 전에 이베르센 대표로부터 즉석에서 UR5 로봇 작동법을 배웠다. 작동법을 익힌 후 그는 UR5의 로봇팔로 책상에 흩어져 있는 쓰레기를 집어 올려 쓰레기통에 버리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바로 실행했다. 태블릿PC처럼 생긴 단말기의 디스플레이를 터치하면서 로봇 운영 프로그램을 뚝딱 만들어 낸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산업용 로봇 업계에 불고 있는 최근 변화상을 잘 말해준다. 가볍고 다루기 쉬운 로봇, 그리고 인간과 함께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산업용 로봇 업계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협업 로봇을 지칭하는 말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최근 작업장에서 사람과 함께 나란히 일하는 협업 로봇이 생산 현장의 풍경을 바꿔 놓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사람의 접근을 차단한 채 안전 펜스 안에서 작동하던 전통적인 산업로봇 대신 안전 펜스 없이 작업자와 동일한 공간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협업 로봇이 생산 현장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임금 인상과 노동력 부족이라는 난관에 직면한 산업계가 협업 로봇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낮은 인건비를 찾아 중국, 동남아시아 등으로 부지런히 생산기지를 옮겨 다니던 선진국 제조업체들이 자국에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 중심에 바로 협업 로봇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 인간의 손재주와 좋은 시력에 의존하던 작업을 협업 로봇이 떠맡으면서 공장자동화가 한층 가속화될 것이란 게 파이낸셜타임즈의 분석이다.
협업 로봇을 제작하고 있는 유니버설 로봇의 생산라인 |
유니버설 로봇은 산업용 로봇 시장에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업체다. 아직 기업 외형은 작지만 잠재력은 매우 크다. 2005년 엔지니어 출신인 에스벤 오스테르가르드, 카스퍼 스토이, 크리스티안 카쏘우 등 3명의 엔지니어가 공동으로 창업했다. 이들은 덴마크 오덴세에 위치한 덴마크 시단스크대학에서 공동 연구를 진행하다가 산업용 로봇에 눈을 떴다.
그들은 산업용 로봇 업계의 빛나는 유산을 이어받기보다는 새로운 혁신을 모색했다. 혁신은 산업용 로봇에 대한 의구심에서부터 시작됐다. 왜 산업용 로봇은 무겁고 비싸며, 다루기 힘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그동안 산업 현장에서 사용됐던 로봇이나 자동화 시스템은 워낙 무거운데다 조작이 쉽지 않아 현장에서 아주 특별한 취급을 받았다. 안전 펜스로 둘러치고 볼트를 박아 꼭 묶어두는 게 일반적이었다. 게다가 사용법도 어려워 전문 엔지니어들이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작동법을 익힐 수 있었다.
한 번 설치된 산업용 로봇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쉽지 않고 원래의 용도에서 다른 용도로 기능을 전환하는 일은 더더욱 힘들었다. 또 단단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로봇팔(매니퓰레이터)이 사람의 접근을 파악하지 못해 충격을 주는 일도 간혹 발생했다. 가격도 턱없이 비싸 투자비용을 회수하는데 많은 시간이 결렸다. 산업용 로봇을 도입하려면 경영진의 중대한 결단과 충분한 여유자금이 필요했다.
유니버설 로봇의 창업자들은 ‘중후장대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 산업용 로봇을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이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대안으로 나온 것이 바로 저렴하고 다루기 쉬운 로봇, 그리고 중소기업도 쉽게 도입할 수 있는 로봇이었다. 기존에 산업용 로봇에는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것이다.
유니버설 로봇은 2008년 12월 첫 번째 로봇인 UR5를 덴마크와 독일에서 출시하면서 산업용 로봇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창업 후 무려 4년 정도 시간이 흐른 셈이다. 그만큼 기존 산업용 로봇에 길들여진 업계의 관념과 개발전략을 뒤집는 게 쉽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유니버설 로봇의 세 가지 협업 로봇. 탁상용 로봇인 ‘UR3’(왼쪽부터), 로봇 팔이 특징인 ‘UR5’, 가장 큰 로봇인 ‘UR10’ |
유니버설 로봇이 내놓은 협업 로봇은 크기가 작고 무게도 가볍기 때문에 옮기기 쉽고 프로그램도 쉽다. 이 회사가 내놓은 협업 로봇은 총 3가지다. 탁상용 로봇인 ‘UR3’, 융통성 있는 로봇팔이 특징인 UR5, 가장 큰 로봇인 ‘UR10’ 등이다. 모두 6축 로봇팔을 갖고 있으며, 본체 무게는 각각 11㎏, 18㎏, 28㎏이다. 기존 산업용 로봇에 비해 엄청나게 작고 가볍다. 가장 큰 제품인 UR10도 28㎏에 불과하다. UR3, UR5, UR10 모델은 각각 3㎏, 5㎏, 10㎏의 물건을 들어 옮길 수 있으며, 로봇 팔을 뻗을 수 있는 반경은 각각 500㎜, 850㎜, 1300㎜다. 특히 UR3는 작업 반경이 작기 때문에 아주 협소한 공간에서 사람과 협업하는 환경에 적합하다. 탁상형 로봇이라는 말에 매우 잘 어울린다. PC처럼 로봇을 사무실 책상에 설치해 쓸 수 있다.
앞으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해 로봇의 쓰임새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들 협업 로봇은 패키징, 적재 작업, 조립, 물건 옮기기, 용접 및 접합, 제품 품질 검사, 분석 및 테스팅 등 다양한 작업에 활용할 수 있다. 유니버설 로봇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안전성이 중요하다. UR의 6축 로봇팔은 ISO 13849:2008 안전규격을 지원하고 있다.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도 UR 로봇의 특징이다. 탁상형 로봇인 UR3만 해도 15가지 안전 설정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는 협업 로봇의 특성을 잘 반영한 것이다.
유니버설 로봇은 산업용 로봇의 가격 혁명도 주도하고 있다. 가장 저가 모델인 UR3는 2400만~3600만 원 수준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투자자금 회수기간도 짧다. UR 로봇의 자본회수 기간은 평균 195일로 산업용 로봇 가운데 가장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년 안에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과거 가격이 비싸 구입을 망설였던 중소업체나 소규모 벤처기업도 충분히 협업 로봇을 도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50여 개 국가에 4000대 가량의 유니버설 로봇이 공급됐으며, 80% 가량의 로봇이 안전 펜스 없이 근로자와 동일한 공간에서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니버설 로봇을 중소기업만 쓰는 것은 아니다. BMW, 폭스바겐, 르노자동차, 존슨&존슨 등 글로벌 제조업체들도 유니버설 로봇의 협업 로봇을 도입, 생산 현장에서 혁신을 꾀하고 있다. 프랑스 클레옹에 있는 르노자동차 공장은 유니버설 로봇의 로봇을 엔진에 나사를 조이는 공정 등에 투입하고 있다. 로봇을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 로봇은 자동차 부품이 올바르게 들어갔는지 검사하는 작업도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르노자동차 관계자는 “유니버설 로봇은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로봇을 쉽게 다른 곳으로 옮겨 다시 설치할 수 있다”며 올해 말까지 UR 로봇의 수를 2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클레옹 르노 공장에는 15대의 유니버설 로봇이 운영되고 있다.
다양한 생산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유니버설로봇의 협업 로봇 |
선진국들도 협업 로봇을 앞다퉈 도입, 자국에 생산라인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출시한 소형 협업 로봇인 UR3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엔리코 크로그 이베르센 대표는 “상하이, 시카고, 하노버 등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UR3 로봇을 선보이면서 업계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며 매출 향상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유니버설 로봇은 지난해부터 2017년까지 매년 2배 이상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내놓고 있다. 2017년 매출 목표는 1억 5000만 달러다. 실적 개선에 따라 사무실을 확장하고 직원도 추가 고용할 계획이다. 올해 미국 중서부, 서부 지역, 남아메리카, 유럽에 사무실을 열고 디스트리뷰터도 늘린다. 최근에는 오세아니아 지역의 영업 기반을 강화했다. 호주 현지 디스트리뷰터인 ADDE와 협력해 오세아니아 시장에 대한 공세를 더 강화할 계획이다. 아시아 지역 영업력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월 아시아 지역 가운데 처음으로 싱가포르에 지사를 설립했다. 유니버설 로봇은 덴마크 30대 수출기업 중 하나로 선정될 만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기도 하다.
엔리코 크로그 이베르센 유니버설 로봇 CEO(오른쪽)와 에스벤 오르테르가르드 CTO |
이 같은 상황에서 테라다인이 유니버설 로봇을 2억 8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테라다인은 2 0 1 8년까지 유니버설 로봇이 매출 목표를 달성하면 추가로 6500만 달러를 지급한다는 계약도 체결했다. 테라다인의 인수로 유니버설 로봇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테라다인은 컴퓨터 기반의 자동화 테스트 장비 전문업체로 반도체, 무선통신장비, 데이터 저장장치 등 업계를 대상으로 테스트 자동화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번 인수와 관련해 마크 재질라 테라다인 대표는 “유니버설 로봇은 빠르게 성장하는 협업 로봇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테라다인의 시스템 및 무선 테스트 분야 노하우와 유니버설 로봇의 산업용 로봇 개발력을 결합해 강력한 성장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리코 크로그 이베르센 유니버설 로봇 대표 역시 “양사의 결합이 산업용 로봇 시장에 혁신을 가져오고, 유니버설 로봇이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역할 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테러다인의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능력과 건전한 재무구조가 유니버설 로봇의 성장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테라다인은 현재 1억 달러 규모인 협업 로봇 시장이 매년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테라다인과의 결합으로 유니버설 로봇은 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성장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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